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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화제가 된 콘텐츠를 올해 1월에서야 접했다. 4년 전 MBC에서 방영된 VR(가상현실)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였다. 세상을 먼저 떠난 아이를 VR 기술로 구현했고 엄마와 다시 만나는 내용이다. 암투병 끝에 이별한 엄마를 VR로 재회한 딸도 있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30대 직장인이 펑펑 울다니.
30대 직장인을 울린 기업은 비브스튜디오스였다. 인공지능(AI) 기반 실감형 콘텐츠 제작·제어 솔루션 기업이다. '너를 만났다'는 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 대표에게 터닝포인트가 된 콘텐츠였다. 로이터통신, BBC 등 유력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20년 당시 자금난을 겪던 기업이 투자를 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모멘텀이 됐다.
김 대표는 기술에 국한됐던 VR이 '휴먼'이라는 스토리를 입고 가치가 크게 확산된 장면으로 당시를 돌아봤다. '너를 만났다' 이후 비브스튜디오스는 AI 연구소를 설립하며 기술 개발에 공들이고 있다. 차가운 기술에 따뜻함을 입히는 휴먼 솔루션 구현이라는 비전도 단단해졌다.
고인을 그리며 생각하는 게 '추모'의 사전적 정의다. 제사를 지내거나 교회·성당에서 각자 방식대로 예를 다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생전 고인을 생각해보고 정성을 다하는 마음은 공통점일 것 같다.
곳곳에 정보기술(IT)이 도입되면서 추모의 방식도 IT를 입고 있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카카오톡 '추모 프로필'도 그 사례다. 직계 가족이 요청하면 추모 프로필로 바뀌고 국화꽃 아이콘과 추모 메시지 보내기 버튼이 생성된다.
'추모 프로필'은 카카오톡에서 고인을 추억할 수 있는 기능이다. 고인의 휴대폰을 해지하거나 휴면 상태가 돼도 카카오톡 프로필이 '(알 수 없음)'으로 변경되지 않는다. 프로필 공간에서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전에는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고 1년 뒤 휴면 탈퇴가 진행돼 카카오톡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추모 프로필 기능이 도입돼 먼저 떠난 이들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IT 기술 발전에 힘입어 추모의 방식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보고 싶은 고인을 언제든지 VR 디바이스에서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미국 빅테크 애플이 올해 출시한 '비전프로'는 그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추모의 방식에서 시간과 장소의 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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